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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운명의 목 1권 (무삭제판)

동양시대물, 궁정물, 판타지물 ■주인공(이완) : 황제공, 후회공 ■주인공(연량) : 꽃수, 무심수, 임신수, 총명하수, 강단있수 [운명에 굴하지 않으려 했던 한 인간의 이야기.] 그는 조심스럽게 옷을 입었다. 최대한 조용하게 입으려는 의도 때문에 움직임이 크지 않았다. 옷을 걸쳐 입는 동작이 작으면서도 단정해서, 참한 반가의 규수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가 아무리 소리를 내지 않으려 해도 천이 몸을 스치면서 내는 사부작거리는 소리까지는 막을 수 없었다. 그때마다 그는 흠칫거리며 이쪽을 곁눈질하였다. 완은 슬쩍 눈을 감았고, 자신이 잠에서 깨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안심한 그는 다시 옷을 입는 데 집중했다. 마침내 옷을 다 입은 사내가 이쪽으로 돌아섰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음에도 ..
동양시대물, 궁정물, 판타지물

■주인공(이완) : 황제공, 후회공
■주인공(연량) : 꽃수, 무심수, 임신수, 총명하수, 강단있수

[운명에 굴하지 않으려 했던 한 인간의 이야기.]

그는 조심스럽게 옷을 입었다. 최대한 조용하게 입으려는 의도 때문에 움직임이 크지 않았다. 옷을 걸쳐 입는 동작이 작으면서도 단정해서, 참한 반가의 규수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가 아무리 소리를 내지 않으려 해도 천이 몸을 스치면서 내는 사부작거리는 소리까지는 막을 수 없었다. 그때마다 그는 흠칫거리며 이쪽을 곁눈질하였다. 완은 슬쩍 눈을 감았고, 자신이 잠에서 깨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안심한 그는 다시 옷을 입는 데 집중했다.

마침내 옷을 다 입은 사내가 이쪽으로 돌아섰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음에도 옥색 포는 그에게 썩 잘 어울리는 듯했다. 그는 몸을 돌린 뒤 바로 움직이지 않고 엉거주춤 굳은 자세로 무얼 생각하는지 한참을 서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더니, 곧 허리를 구부리고 침상을 향해 발끝으로 걸었다. 그러다 침상에서 20여 보쯤 가까워지자 무릎걸음으로 다가와서는 공손히 무릎을 꿇고 앉았다.

완은 웃음을 참을 수 없어졌다. 시원스레 터진 웃음에 놀란 그가 고개를 번쩍 위로 들어 올렸다가 곧바로 내렸다. “재밌는 자로구나.” 중얼거리며 완은 등불의 불을 밝혔다. 깨어난 후 내내 궁금했던 사내의 얼굴이 불빛 아래 선명히 드러났다. 오밀조밀한 코와 붉고 앙증맞은 입술에 풍성하고 가지런한 속눈썹, 숱 많은 머리칼. 이목구비 하나하나 흠잡을 데 없는 용모가 조화롭게 합쳐지면서 화씨지벽(和氏之璧_화씨의 구슬이라는 뜻으로, 천하의 명옥을 이르는 말), 완벽(完璧)이 되었다. 특히나 시선을 끄는 곳은 눈이었다. 얼굴의 반은 차지할 것 같은 맑고 선한 눈망울은 칠흑처럼 까맣게 빛나, 밤하늘처럼 넓으면서도 밤하늘의 차가움보단 다감한 느낌을 주는, 아주 독특한 눈이었다.

꼼꼼히 사내의 외모를 관찰하던 완이 문득 눈을 가늘게 떴다. 예쁘장한 얼굴이 영 낯설지가 않았다. 참으로 인상적인 외모라 설령 스쳐 지나쳤을지라도 쉬이 잊기 어려울 듯했다. 헌데 이 정도로 익숙한 느낌을 준다면, 분명 한 번이라도 마주친 적이 있는 자가 분명했다.

사내를 더 가까이에서 살펴보기 위해, 완은 침상에서 내려와서 그의 바로 앞에 엉덩이를 깔고 앉았다. 사내의 길게 뻗은 속눈썹이 긴장으로 인해 나비 날갯짓처럼 파르르 떨렸다. 순간 그에게서 향긋한 냄새가 났다. 잠결에 얼핏 맡았던 냄새였다. 난초 같기도 하고, 이름 모를 들풀 같기도 한 묘한 향이었다. 그리고 순간, 또 다른 냄새가 코를 스쳤다. 눈 깜빡할 새 완의 미간이 좁아지고 표정이 설핏 굳었다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부드러이 풀렸다. 워낙 빠르게 지나간 데다 눈을 내리깔고 있어서, 량은 미처 완의 표정 변화를 보지 못했다.

“이름이 무엇이냐.”
“여, 연량이라 하옵니다, 폐하.”

하문에 떨리는 목소리로 답하자 완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분명 한 번 이상 들은 익숙한 이름이었다.

“고개를 들어 짐을 보라.”

량은 당황하여 머뭇거렸으나, 연이은 완의 독촉에 하는 수 없이 명에 따랐다. 잠에서 깨자마자 보았을 땐 정신이 없어 느끼지 못했는데, 가까이에서 본 황제의 큰 눈은 맑으면서도 고집스러워 보였다. 사내답게 훤칠하고 우아한 용모에선 일국의 군왕다운 힘이 느껴졌다.

“이름이 무어라고?”
“연…량이옵니다.”

방금 들은 이름을 잊을 리가 없었다. 이름을 묻고 대답을 듣는 이 상황에서 기시감을 느껴 다시 물어본 것뿐이었다. 과연, 살짝 흔들리는 음성에서 떠오르는 기억 한 조각이 있었다.

- 본문 中 -

*체험판이 있습니다.
(필명) 비익조(무향후)

저서 : 문회귀의, 제왕은 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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